지금에서야 화성의 외계인에 관련한 이야기는 비과학적이고 진부한 몽상으로 치부가 되지만, 100년전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화성의 운하, 이성인에 관한 상상, 기대와 두려움 등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화성의 프린세스는 타잔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존 카터 3부작의 1편으로서 사람들의 화성에 관한 상상력의 집합체와도 같은 책으로서 화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촉발시키고 이후, 수많은 SF작가들과 작품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SF문학 초기에 큰 한 획을 긋는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를 보자면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함이라던 작가답게 이 소설은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입니다. 철학적 메시지나 인물의 고뇌와 같은 것들은 모두 생략을 하고 이세계의 강렬한 인상과 모험을 스피디한 진행으로 이끌어나갑니다. 비록 소재는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 공주와의 사랑, 구출과 같이 진부하고 통속적인 것들이지만,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재능을 지닌 작가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1912년에 출판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에서야 진부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라인이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참신한 스토리로서 이후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뒷표지에도 나와있는 스타워즈 영화만 해도 비슷한 스토리가 상당히 많으니까요.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 오페라 SF방면보다는 히로익 판타지쪽에 더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로버트 E. 하워드의 코난 시리즈를 필두로한 히로익 판타지 작품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하지만 상당한 위치에 놓인 이 소설이 그에 상응하는 질을 지니고 있느냐하는 물음엔 부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일단은 스토리전개력이 너무 빈약합니다. 워낙에 스피디한 진행을 추구하다 보니 생략이 많아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이 것은 작가가 소설가라기보단 이야기꾼에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을 해도, 뒷부분의 스토리 날림전개는 오히려 존 카터가 화성으로 진입했을 때(화성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어느새 화성?!)보다 더 황당할 정도로 생략이 심합니다. 최소한 대기조성장치의 첫 등장신에서 복선을 깔아줬다면 훨씬 나았을 것인데 과연 2권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휙휙 진행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공장문여는 방법을 알면서도 3일동안 멍때리고 있던 주인공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어설프게 극적인 상황을 노리려고 하는 티가 납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캐릭터의 매력이 없습니다. 캐릭터의 심리묘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캐릭터의 성격,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들은 그저 속성으로서 부여되어 존 카터가 왜 데자 소리스를 사랑하게 되었는가, 솔라와 타르스의 관계 등의 에피소드들은 '그게 운명이다'라는 식으로 아무 설명없이 뜬금없이 다가옵니다. 게다가 세계관의 구성마저 허술합니다. 초점을 너무 존 카터 1인에게 맞춰 존 카터의 모험담이 너무 부각된 나머지, 이세계 화성의 세계는 공중에 붕 떠서 독자에게 가깝게 와닿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설정에 대한 장광설은 좋아하진 않지만, 좀 더 화성의 세계에 대한 설명이 풍부했다면 단순한 장르소설의 발전단계안의 고전뿐만이 아니라 현대에도 생명력을 가진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석이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의 소설이라 생소한 표현들에는 주석이 하나씩 달려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리고 작은 판본에 비해 조금 가격이 비쌌던 점도 마이너스. 표지는 사람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을 듯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깔끔하게 만들 수는 없었나 합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사람은 손이 잘 안갈 표지네요.
- 2009/01/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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